트루먼 명패의 뒷면
박근혜 정부는 위안부 문제의 문을 열었다가 중상을 입었고, 문재인 정부는 슬며시 되돌아 나와 그 문을 닫고는 지지율 호재로 사용했다. 당장 미국이 쌍수를 들어 환영했고(very much support),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가 결정됐다. 명패 뒷면에 "나는 미주리 출신이다(I’m from Missouri)"가 적혀 있었다는 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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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의힘 김기현호 출범…여당다운 여당으로 거듭나야
김 대표는 52.93%의 득표율로 안철수·천하람·황교안 등 경쟁 후보들을 여유있게 앞섰다. 당원 100%로의 룰 변경, 대통령실과 윤핵관들의 파상 공격 뒤 출마를 포기한 나경원 전 의원, "아무 말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날 것"(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으로 대표되는 대통령실의 안철수 후보 비난 등 윤심 개입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김 대표에게 주어진 가장 큰 숙제는 국민의힘을 여당다운 여당으로 바로 세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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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12년 만의 대통령 국빈 방미…북핵 억지 장치 보강이 최우선
미국을 방문 중인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미국 측 외교안보 진용을 두루 만나 70주년 된 한·미 동맹을 강화·발전시킬 다양한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미국은 현재 진행 중인 다양한 전략자산 전개와 연합훈련이 미국의 방위 공약에 대해 한국 국민이 신뢰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미와 미·일은 각각 외교·국방 차관급 협의 채널이 있는데 한·미·일 3국 당국자들이 한자리에 만나 미국의 핵전략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핵 억지 정책을 심도 있게 논의하면 매우 유용할 것이다. 따라서 3월 중·하순의 일본 방문과 4월 하순의 미국 방문으로 이어지는 외교 일정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튼튼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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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학폭 대책, 피해자·가해자 치유가 우선돼야
박옥식 한국청소년폭력연구소 소장 학교 폭력 문제는 우리 사회 앞날을 좌우하는 사회적 해결 과제라 할 수 있다. 최근 특권층 아들의 학교 폭력 문제가 우리 사회에 다시 한번 경종을 울리는 가운데 새로운 해법을 찾기 위해 다각적인 주장이 펼쳐지고 있다. 정책 대안 마련을 위한 논의도 들끓고 있다. 학교 폭력은 강자와 약자의 사회적 관계가 스며들기 시작하는 청소년기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오늘날에는 부모들의 개입으로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부모들의 법률적 힘과 사회적 지위를 이용하는 ‘부모 찬스’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로 부모가 학교 폭력 문제에 개입하는 일이 빈번하다. 그 부작용으로 힘 있는 부모를 가진 청소년들이 학교 폭력을 자신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장난으로 치부하는 일이 생기고 있다. 반면 ‘부모 찬스’를 누리지 못하는 피해 청소년들은 마음의 병을 얻고 학교·사회 부적응 등으로 이어진다. 심할 경우 극단적 선택에 이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 「 교사 중심 피해자 치유 강화하고 피해자 회복 위한 제도 마련해야 가해자 반성과 화해 노력도 중요 」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학교 폭력 문제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이로 인한 자살 사건이 이어지며 1995년 ‘학교 폭력’ 용어가 등장했고, 2004년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2011년 학교 폭력으로 인한 대구 권모 군의 자살 사건을 계기로 학교 폭력에 대한 새로운 전환점이 만들어졌다. 이후 2012년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보다 강력한 조치가 마련되면서 학교 폭력이 대폭 감소하는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 2020년 학교 폭력 문제에 대한 심의 의결 기능이 학교에서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되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로 변경되는 등 대폭 개선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학교 폭력 문제는 학교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고, 가정과 사회로 확산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어 근본적 대책 마련이 요청된다. 학교 폭력 대책 수립에 있어 가장 큰 문제점은 큰 사건이 발생하여 사회적 이슈가 되면 그제야 문제를 진단하고 설왕설래하다가 정부의 강력한 대책과 제도가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음에도 학교 폭력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도 앞을 내다보고 대비하는 미래지향적 접근이 미흡한 실정이다. 학교 폭력 관련 기관·단체들이 가해자 중심의 선도 대책을 강조해온 것도 문제다. 사건이 벌어지면 뚜렷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는 가운데 양분된 의견으로 시시비비를 벌이다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되어 버렸다. 이제는 학교 폭력 피해자·가해자 모두가 우리 자녀라는 입장에서 냉철하고도 합리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할 때다. 먼저 학교 폭력 피해자에 대한 치유와 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과 함께 효과적인 전문 상담 프로그램이 절실하다. 요즘 가정의 기능 약화로 인해 가정이 담당할 수 없는 사회적 여건이 조성되고 있으므로 학교와 지역 사회에서의 청소년 보호 역할과 기능이 강조되어야 한다. 특히 학교에서 교사들을 중심으로 한 치유와 회복 기능을 강화해 나가야만 청소년들이 학교 폭력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학교 폭력 피해자들은 학교·사회 생활에서 적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인생 전체가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빈번하므로 학교에서 교사들을 중심으로 한 치유와 회복 기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최근 학교 폭력을 당한 경험을 밝히는 ‘학폭 미투’가 연예계·스포츠계·공직에서 빈번하다. 그때마다 학교 폭력을 당한 지 10년 이상이 지난 이후에도 커다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이는 학교 폭력 후유증이 그만큼 크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가해 청소년의 경우도 실효성 있는 치유와 회복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강력한 처벌과 징계를 통한 대책 마련도 필요하나 그것만으로는 온전한 대책이 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적 용서와 선처 또한 바람직한 해법이 될 수 없다. 학교 폭력 문제의 완전한 해결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완전한 화해가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 가해자의 진정성 있는 반성과 함께 피해자와의 화해를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새롭게 추진되는 학교 폭력 대책은 피해자·가해자 간 양극화되거나 한쪽으로 편향된 대책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피해자·가해자 모두 화해를 통한 치유와 회복을 거쳐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옥식 한국청소년폭력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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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한국은 나토와 협력 강화해야
라몬 파체코 파르도 킹스칼리지런던 국제관계학과 교수·브뤼셀자유대 KF-VUB 한국학 석좌교수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지난달 말 한국을 방문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를 위해 한국과 나토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토와의 관계 강화는 윤석열 대통령의 ‘글로벌 중추국가’(Global Pivot State, GPS) 구상 아래 한국이 나가고 있는 방향을 보여준다. 윤 대통령이 추진하는 GPS는 필연적으로 한국이 안보·국방 분야에서 미국과 호주·캐나다·일본·유럽과 같은 파트너 국가들과 더욱 긴밀하게 협력하도록 이끌 것이다.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이슈에서 더 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걸 뜻한다. 미·중 전략경쟁과 신냉전이라고 일컬어지는 시대에 한국이 선택을 한다는 것은 당연히 이해관계와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한다는 걸 의미한다. ■ 「 전략적 모호성은 유효하지 않아 국제무대에선 분명한 선택 필요 가치 공유하는 국가들 편에 서야 」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윤 정부는 지난해 12월 ‘자유·평화·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개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GPS를 지향하는 한국의 국익을 실현해 나가고자 하는 포괄적 지역 전략이다. 자유·평화·번영의 비전 아래 포용과 신뢰, 호혜의 원칙을 담고 있으며, 특정 국가를 배제하지 않는 구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는 이 지역에서 우선적으로 협력해야 할 파트너들이 나열되어 있다. 이들은 과거 일본의 식민 지배로 인한 일본과의 역사적 분쟁을 젖혀두고 한국이 비교적 쉽게 협력할 수 있는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들이다. 동시에 인도태평양 전략은 다른 국가와의 잠재적 협력은 신뢰와 상호주의에 기반을 둬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메시지도 분명하다.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서해와 한국의 방공식별구역(ADIZ)에 대한 중국의 공세 강화, 양국 간 가치관 차이를 고려할 때 한국은 안보 분야에서 중국과 협력하기 쉽지 않다. 중국이 한국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너무 많다. 한국의 동맹국 및 파트너들은 다양한 안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한국과 더욱 긴밀한 협력을 원한다. 남중국해 및 기타 지역에서 중국의 지속적인 공세,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중국·북한·러시아의 사이버 보안 및 기타 위협에 대한 방어 등이 그중 가장 중요한 사안이다. 과거 한국은 이러한 문제와 기타 안보 문제에서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려고 노력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중 분열이 심화하고 한국의 파트너인 미국이 더는 전략적 모호성을 정책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이는 더 이상 불가능해졌다. 나토의 사례가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의 방한 이후 불과 2주 만에 사상 첫 한·나토 군사참모대화가 열렸다. 나토는 지난해 마드리드 나토 정상회의에 이어 오는 7월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윤 대통령을 포함해 AP4(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정상을 초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유럽과 인도태평양 지역이 더욱 통합됨에 따라 한국과 나토와의 관계는 더욱 긴밀해질 것이다. 나토는 원칙적으로만 한국과의 관계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나토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며 한국산 무기를 구매하고 있다. 한국은 나토의 사이버안보센터 주요 회원국으로서, 특히 북한을 상대하는 데서 한국의 경험과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 한국 첨단기술 기업들은 나토 회원국들이 차세대 군사 장비를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한국의 자산은 나토에 실질적인 혜택을 가져다줄 수 있다. 이는 중국·북한·러시아 간의 협력이 강화될수록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이 안보 분야를 포함해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를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나토·미국·유럽도 한국이 중·러와의 관계를 끊으라고 요구하지도 않는다. 이는 비현실적이다. 미국도 향후 여건이 조성되면 중국, 나아가 러시아와도 대화와 관여가 필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미·중 전략경쟁 시대에 한국은 선택을 해야 할 때마다 국익과 가치에 따라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들의 편에 설 것이다. 윤 대통령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이러한 과정을 가속하고 있을 뿐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라몬 파체코 파르도 킹스칼리지런던 국제관계학과 교수·브뤼셀자유대 KF-VUB 한국학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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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우크라이나 전쟁 1년, 한국의 생존전략
이경수 전 주독일 대사·한국외교협회 부회장 개전 1년째를 맞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2차 대전 종전과 탈냉전 시기를 거쳐 형성된 국제질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변곡점이 되었다. 먼저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추구로 국경 불가침의 국제 규범이 무시되고 제국주의 원리가 회귀하였다. 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분쟁·이해 당사자가 될 경우 국제 평화와 안전은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됨으로써 유엔 집단안보 체제의 근간이 훼손되었다. 억지력으로만 작동했던 핵무기가 사용 가능성의 영역에 진입함으로써 핵전쟁의 금기도 깨졌다. ■ 「 지역·경제 블록별 각자도생 가속 한국은 자유주의 질서의 수혜자 북핵 위협에 동맹·연대 강화해야 」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자유주의가 제공한 국제질서 속에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세계화의 혜택과 안보를 누려온 온 한국에는 충격이다. 자국 중심주의와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일어난 우크라이나 전쟁은 글로벌 공급망 혼란, 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세계가 서로 얽혀 사투를 벌이는 ‘3차 대전적 상황’을 만들었다. 많은 나라가 강대국 간 경쟁 속에서 어느 한 편에 설 수도, 독자 생존을 모색할 수도 없는 전략적 딜레마에 빠졌다. 자유주의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가 그 변화를 초래한 원인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세계는 세력 균형, 강대국 간 세력권 분할, 합종연횡, 패권 형성, 전쟁이 작동 원리가 되는 ‘홉스적 자연상태’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이념·가치에 따라 자유주의 대 권위주의 진영이 결집하며, 이해에 따라 지역별·기능별 블록이 다양하게 형성되는 각자도생 양태가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유 세계가 전환적 궤도 수정에 들어선 것은 긍정적 진전이다. 미국은 ‘트럼피즘’과 경제의 상호의존성 속에서도 큰 방향에서 사고와 정책 변화를 꾀하고 있다. 중국이 민주화하거나 국제질서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접고 가치·자유 연대와 동맹 구축을 기초로 규범 기반 국제질서 회복에 나섰다. 독일·프랑스 등은 대화·경협·무역에 의존한 ‘중단 없는 동방정책’과 러시아에 대한 ‘포용적 문화정책’에서 탈피해 하드파워 중심의 ‘시대 전환’을 선언했다. 한국도 북한의 선의에 의존해 핵 무력 완성의 길을 막지 못한 ‘실존적 안보 위기’에 처해 ‘실존적 대응’에 나섰으며, 자유 세계 연대와 자유·평화·번영의 지역 질서에 동참하는 결단을 내렸다. 특수한 지정학적 환경에 처한 한국은 새로운 국제질서 형성 과정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그 어느 나라보다 명백한 입장과 인식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현실주의 국제정치를 직시하면서 원칙을 명확히 세우는 것이 안보를 강화하는 길이다. 첫째, 한반도는 역사적으로 강대국 간 세력권 분할의 피해자로서 그 결과인 분단을 겪고 있다. 한국이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저항하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해야 하는 이유다. 둘째, 소련과 그 후신인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한반도에 대한 팽창주의 세력이다. 해방 직후 소련군의 한반도 진주와 친소 정권 수립, 북한의 6·25 전쟁 계획 승인과 군사적 지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과거 소련의 한반도 무력 개입의 데자뷔로, 한반도와 접경한 러시아가 유사시 ‘안보 불안’을 이유로 한반도에 개입할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 셋째, 북한의 그릇된 학습 위험성이다. 북한의 지난해 9월 핵무력정책법은 러시아의 2020년 6월 ‘국가 핵전략 기본원칙’을 답습한 핵 독트린이다. 제3국 개입 시 핵 위협을 경고한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일 연설은 김정은에게 자신도 결정적 패배나 정권 교체 등 ‘실존적 위협’ 상황에서 핵무기를 선제 사용할 수 있음을 밝힌 동기가 되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향배를 지켜보고 있을 김정은이 러시아의 전술핵 사용이 현실이 될 경우 한반도에서도 핵 단추를 누를 수 있다. 넷째,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문화를 부인하며 자행한 러시아의 침공은 중국의 동북공정과 ‘역사 영토주의’에 입각한 한반도 연고 주장과 중화주의 욕망을 부추길 수 있으므로 경계해야 한다. 자유 세계 연대와 한·미 동맹 속에서 안보와 경제 발전을 이룬 한국은 전후 국제질서 원리가 만들어 낸 최상의 결과물이다. 이제 다시 시작되는 자유주의 국제질서 형성에 참여하는 것은 또 하나의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는 한국의 생존 전략이며 비전이 돼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한국의 선택은 분명해졌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경수 전주독일대사·한국외교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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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AI의 안착, 투명한 운용에 달렸다
오혜연 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리셋 코리아 자문위원 미국 기업 오픈AI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챗GPT는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통해 사용자의 질문에 답하거나, 문장을 생성하는 등 인간의 언어를 잘 구사하는 모습을 보여 출시 몇 달 만에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와 유사한 수준의 혁신을 보여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AlphaFold), 오픈AI의 달리(DALL-E 2) 같은 인공지능(AI) 기술이 지난 몇 년간 꾸준히 공개되었지만 대부분 관련 분야 사람들만 관심을 가졌었다. 구글도 바드(Bard)를 선보이고, 국내 기업들도 출시를 예고하는 등 언어모델 기반 챗봇의 인기는 당분간 식지 않을 것 같다. 챗GPT 등 챗봇은 가끔 틀린 말이나 편향된 말을 할 때도 있어 가짜뉴스 확산, 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 등 AI 윤리에 대한 염려를 야기한다. 예를 들어 45035이 홀수인지 짝수인지 물어보면 짝수라고 하���, 한국 대통령이 누군지 물어보면 문재인이라고 답한다. (답변할 때 학습 데이터가 2021년에 그치는 한계를 인정한다) 챗GPT나 유사한 언어모델 기술이 각종 시스템에 적용되어 더 널리 확산이 되면 더 많은 사용자에게 틀린 정보를 유포하게 될 위험이 크다. ■ 「 챗봇 편리하나 오남용 우려 나와 AI 가이드라인·법안·교육 만들고 사회안전과 윤리 문제 숙고해야 」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2016년 마이크로소프트 테이(Tay)가 나치 옹호 발언을 한 이후 혐오 발언에 대한 연구는 꾸준히 되어 챗GPT는 노골적 혐오 발언은 하지 않는다. 마약·살인에 관한 질문은 정보를 줄 수 없다고 회피하고, 사형제도의 합당성과 같이 논란이 있는 이슈에 대해서는 간략히 답변하고 사회 안전에 대한 보편적인 문장을 덧붙이는 등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의 소극적인 답변을 한다. 챗GPT의 이러한 방어적인 필터링은 정확히 어떻게 만들었는지 공개되지 않았고, 이러한 언어모델 기술에 내재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언어모델을 윤리적 문제에 대한 이해나 고려 없이 사용하거나, 악의를 갖고 혐오 표현을 만들어내는 용도로 사용하면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MS가 오픈AI에 투자하고 빙 검색엔진과 팀즈·워드 등의 제품에 적용한다는 뉴스는 챗GPT가 단순히 사용자들의 인공지능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생활에 급속히 다가왔음을 뜻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런 기술의 부정적 영향을 막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최근 AI의 윤리적 문제에 대해 유럽연합(EU)을 비롯해 많은 국가에서 방안을 마련하고, 우리 정부도 2022년 11월 인공지능 윤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역부족이다. 가이드라인을 더 구체화하고, 급속히 발전하는 기술에 지속해서 발맞춰 가는 정부 노력도 필요하지만, AI를 개발하고 제품화하는 기업도 내부적인 검증 과정과 개발자 교육, 사용자와 사회 전체 안전을 우선시하는 문화와 철학이 필요하다. 또 대학을 중심으로 한 교육 기관은 데이터 기반 AI 시대에서의 윤리적 문제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아직 정확한 정의도 부족한 AI 윤리의 투명성·신뢰성·책임성 등에 대해 인공지능·법·철학·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관련 기업인과 정부 관련 부서가 모여 토론과 연구를 더 활발히, 신속히, 신중히 해야 한다. 연구자들은 AI의 투명성을 위해 데이터시트, 모델카드 등 어떤 학습 데이터로 어떻게 학습했는지, 어떤 한계가 있는지 공개하는 프레임워크를 제시했다. 챗GPT의 답을 신뢰할 수 있는지 언어모델의 답변에 대해 참조 문헌을 같이 보여주는 것을 요구한다. 금융·의료 등에 쓰이는 AI의 경우 예측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는 것도 가능하다. AI의 학습데이터와 생성된 글·그림에 대한 저작권은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다만 이런 연구와 논의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고, 국내에서는 특히 미흡하다. 언어모델의 적절한 활용은 긍정적인 면이 많을 것이다. 챗봇 기술이 제대로 사용되면 우리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쉽게 알려주고, 보고서를 쓸 때 매끈한 글로 정리해 주며, 사람들의 소통을 번역이나 추가 설명으로 도와줄 수 있다. 이런 기술을 빨리 받아들여야 국가와 국민 경쟁력에 촉진제가 될 수 있다. 또 세계적 연구와 논의에 우리 정부·연구자·기업이 같이 참여하는 한편, 구체적 가이드라인·법안·교육체계 등을 갖추어야 한다. 오혜연 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리셋 코리아 자문위원

